2007 Miscellaneous Painting 2

Miscellaneous Painting 2

잡화雜畵Ⅱ

2007.6.22-2007.7.21

갤러리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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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그려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는다. 나의 뇌리와 나의 감성 망에 걸려있는 끝없이 많은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또한 어떻게 그려내야 하 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하지 않는다. 내가 그려낼 수 있는 수많은 방식들이 있기 때 문이다. 나는 모든 것을 그려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으며 그것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그려내는데 흥미를 가지고 있다. 그리하여 그리기에 대한 고민을 떨쳐버 리고 회화적 공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김을의 최근 작업은 회화의 기본전제인 평면과 ‘그리기’라는 문제를 다루면서 다양한 회화적 실험과 함께 전통적인 회화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 전통적인 평면과 ‘그리기’를 고집하면서 현대적인 미감을 모색하고 있는 그의 작업은 일견 단순한 듯 하면서도 화면 안에 다층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다. 그의 회화는 2002년 이후 지금까지 수년간 실험적으로 해왔던 그의 드로잉작업(그 는 2002-2004년에 1차 드로잉프로젝트를, 2005-2007년에 2차 드로잉프로젝트를 진 행해 오고 있다)에서 영향을 받은 듯 해 보이는데 , 그의 의식과 경험으로부터의 단상과 수많은 관계들이 얽히면서 만들어내는 파편들, 그리고 일상의 사소한 것들 을 그의 드로잉작업에서와 같이 일정한 맥락을 갖추지 않고 특별한 테마나 주제의 식 없이 늘어놓는다. 이러한 그의 태도는 그의 작업을 무질서한 단편들로 보이게도 하는데 사실 그의 회화는 일관성 있는 보다 큰 사고의 틀로부터 구조화를 거친 후 나오고 있다고 보 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번 전시 ‘잡화(雜畵)Ⅱ’는 2006년도의 ‘잡화’전시(갤러리 쌈지)에 이어 그 연장선상에 있는 전시이다. 전시규모나 내용에 있어서 다소의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 각 작품의 내용에 있어서 는 좀 더 심화된 일면이 있어 보인다. ● 이번 전시의 주 작품은「나무」연작인데 산업용 설계도면에 사용되는 작은 전사용 이미지를 크게 확대해서 그린 그림들이다. 작은 전사용 이미지를 크게 확대하여 캔버스에 옮겨 놓음으로서 실재의 나무(혹은, 숲)인 듯 하면서도 특유의 고정된 듯 서있는 이미지로 인해 어리숙한 듯 모호한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또한 확 대하여 그려지는 메커니즘을 강조하기 위해 확대 시 발생하는 이미지의 어른거림 까지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 「새」연작은 나뭇가지위에 앉아있는 새를 그린 그림들인데 이 역시 흑백 인쇄된 작 은 새의 이미지를 확대하여 나무배경에 얹혀놓은 것으로「나무」연작의 연장선에 있 는 그림이라 할 수 있다. ● 「바다」연작은 작가가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카리브 해 부근을 그린 것들인데 작 가의 회화적 태도가 가장 명료하게 드러난 작업들이라 할 수 있다. 가보지 못한 장소의 풍경을 그리기 위해 지리부도의 해저 지형도를 대신 그려 넣고 그 위에 여 러 가지 배(오브제)를 붙여 놓은 식이다. 어쨌든 카리브 해의 풍경이질 않는가? 「나뭇잎」연작은 빽빽하게 하늘을 가린 자작나무의 가지와 잎들을 그린 것인데 나 뭇잎 너머의 하늘(배경)을 그림으로서 나뭇잎과 배경사이의 주객관계가 모호해지 고 추상인 듯 형상인 듯 묘한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고래잡이배를 그린 그림에서는 인쇄이미지의 망점을 이용해서 그린 것으로 자신의 망점회화를 통해서 시그마 폴케(Sigma Polke)에 대한 오마쥬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미지에 대한 자신의 부단한 실험을 가끔 폴케의 그것과 견주어 보고 있 는 듯 보인다. 그리고 그가 꾸준히 흥미를 가지고 실험하고 있는 작업 중에 락카스프레이 작업이 있다. 일종의 공판화 기법으로, 락카스프레이를 이용하여 그려낸 작업들인데 핀 트가 어긋난 듯 그려지는 스프레이 그림은 특유의 광택과 함께 복고적이며 키치적 인 맛을 내면서 판화적인 화면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번 ‘잡화Ⅱ’전시는 이와 같은 잡화적인 다양한 내용의 작업들을 보여주고 있 으며 시대의 변화와 사고의 흐름에 따라 물 흐르듯 흘러가는 그의 작업의 일면을 볼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항상 변화를 추구하며 실험적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의 미래를 가늠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관전의 재미가 될 것이다. ■ 갤러리 눈